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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김온리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김온리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김온리 kellysikkema, 출처 Unsplash 영화를 보는 내내 아내라는 말이 참 좋았다 며칠 전부터 헐어있던 입안을 달래 줄 흰죽 한 사발이 그리웠던 참인데 아내라고 중얼거려 보면 뜨끈해진 입안에 시원한 바람이 불었다 누군가의 아내인 나는 누군가의 뒤꼍인 사람 그러므로 비가 내리는 메가박스 뒷골목에서 꽃무늬 우산을 쓴 아내를 기다려 보았다 아내를 불러보는 동안 누군가가 기다리는 사람과 누군가를 기다리는 사람이 반쯤 젖은 채 어깨를 부딪쳐 갔다 눈을 감으면 나를 기다리는 무수한 아내 없으면서도 있는, 이마를 짚어주는 아내 누군가의 뒤꼍이 될지언정 누군가의 슬픔이 되고 싶지는 않아서 녹색으로 바뀐 건널목을 급히 뛰어가는 아내를 붙잡지 않았다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감독 박흥식 출연 전도연, 설경구 개봉 2001. 01. 13. 김온리 시인 프로필 부산 출생 2016년 '문학과 의식' 신인상으로 등단 시집 '나비야, 부르면' 외 나비야, 부르
봄눈이 가렵다, 진란

봄눈이 가렵다, 진란

봄눈이 가렵다, 진란 kiyomishiomura, 출처 Unsplash 그대라는 꽃잎 기다리고 기다려도 오지 않더니 어색하던 첫 만남처럼 쑥스러운, 무성한 그대의 안부가 훌훌 날아온다 뭉텅뭉텅 어디에 숨겨두었던 말인지 손을 내밀면 금새 눈물로 글썽이는 솜눈이 하염없을 것처럼 내려오고 또 내려오고 닿자마자 사라지면서도 무심코 던지던 말처럼 내 어깨를 툭 툭 건들고 가는구나 꽃잎같은 그대 그 날의 자작나무 숲으로 가는 길 간신히, 손 내밀어 잡지 못하던 고요를 뭉치며 주머니 속의 손난로만 만지작거렸었지 두 마리 짐승만 남아 서로의 어깨를 물어뜯으며 여우 구름 피어오르는 골짜기에 묻히고 싶다던 그 생각이 차갑게 뺨을 때린다 잊혔다고 접어버린 마음 위에 봄눈 흩날린다 산벚꽃 질 때처럼 글썽이는 입술 더 이상 만질 수 없는 눈 시린 그대 불투명했던 겨울을 보내는 마지막 인사는 가볍고 차갑고 쓸모없는 잔정처럼 무책임한 봄눈 같았다고 봄눈 날린다 진란 시인 프로필 1959년 전라북도 전주 출생
잠자리의 귀향

잠자리의 귀향

잠자리의 귀향 / 하기 davidclode, 출처 Unsplash 유독 하늘이 푸르고 바람이 많이 불었던 서늘한 날에 알록달록 단풍이 나무 아래로 우수수 떨어졌다 잠자리는 나무 아래에 있던 허수아비 주위를 날아다니다가 봉변을 당했다 결국 살아남긴 했지만 잠자리는 지구의 가을을 증오하며 달로 떠났다 짧은 가을과 긴 겨울이 지나고 봄이 되자 잠자리는 다시 돌아왔다
호박 보름달,  김영애

호박 보름달, 김영애

호박 보름달, 김영애 zoltantasi, 출처 Unsplash 21층 베란다에 늙수그레한 손님이 오셨어요 옮겨 앉으시면 속상하신다기에 별빛 잘 드는 곳에 모셔두고 늦가을 여문햇살 초겨울 시린 하늘 흠뻑 드시고 달달한 후생을 주십사 간청 드렸지요 가끔씩 똑똑똑 공손하게 안부를 여쭙는 동안 햇볕은 조금씩 김포공항 쪽으로 비켜서 주었어요 땅기운 깔고 앉았던 엉덩이가 얇아지고 토실토실하던 황금 피부도 푸석해지셨어요 오늘은 햇살 좋은 길일 만고풍상 다 겪은 노파처럼 충분히 달아올랐을까 엄마 엉덩이같이 접힌 골짜기에 심호흡을 대고 거부하는 칼날로 쾅쾅쾅 만삭의 배를 쪼갰어요 두 동강 난 몸 움싹으로 가득한 황금색 자궁 속에서 소름처럼 울컥 양수가 튀었어요 불쑥 내뱉은 어릴 적 생리통처럼 노란별꽃 뙤약볕우레 처서귀뚜리가 뛰어나왔어요 소스라쳤을 태아들, 나는 폐경입니다 달큰한 후각으로 널브러진 조각달을 섬기며 달지 않은 마음 길었어요 첫아이 낳고 해산달이 미워질 때 엄마가 끓여주신 황금 호박죽
애인에게 편지를 썼다 / 신영배

애인에게 편지를 썼다 / 신영배

애인에게 편지를 썼다 / 신영배 benjmater, 출처 Unsplash 애인에겐 문법이 없고, 문법이 없어서 애인에게 닿을 수 없다 달밤이라고 썼다 구두가 나에게 달을 설명했다 바닥에 고인 물은 구두와 춤추는 달 다가갈수록 물은 어두워지고 춤은 환해지고 모자가 나에게 달을 설명했다 벽에 부딪치는 음악은 모자가 흔드는 달 음악이 점점 넓어지고 귀 그림자가 점점 커지고 달은 없고, 애인에게 편지를 썼다 구두와 모자 사이에 달 사이에 꽃병을 그렸다 사이에 물송이를 피웠다 달은 보여줄 수 없고, 애인에게 편지를 썼다 꽃병 안엔 달이 들어 있다 꽃병을 설멸하기 위해 꽃병은 설명될 수 없고, 달밤이었다 꽃병을 기울이고 달을 썼다 물송이와 구두가 걸어갔다 물송이와 모자가 날았다 애인에게 나는 물송이와 움직였다 신영배 시인 프로필 1972년 충청남도 천안 출생 2001년 '포에지' 시 등단 시집 '물안경 달밤'외 물안경 달밤 저자 신영배 출판 문학과지성사 발매 2020.10.30.
권주열, 고추잠자리

권주열, 고추잠자리

권주열, 고추잠자리 yan_slg, 출처 Unsplash 제 몸에 십자가를 지고도 천당 근처에도 넘나든 사실 없다 하지만 가볍게 이승을 난다 권주열 시인 프로필 1963년 울산출생 2004년 '정신과 표현' 등단 시집 '한 사람들로 붐빈다' 외 한 사람들로 붐빈다 저자 권주열 출판 파란 발매 2022.10.30.
유치환, 행복

유치환, 행복

유치환, 행복 artsyvibes, 출처 Unsplash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 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에메랄드빛 하늘이 환히 내다뵈는 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 행길을 향한 문으로 숱한 사람들이 제각기 한 가지씩 생각에 족한 얼굴로 와선 총총히 우표를 사고 전보지를 받고 먼 고향으로 또는 그리운 사람께로 슬프고 즐겁고 다정한 사연들을 보내나니. 세상의 고달픈 바람결에 시달리고 나부끼어 더욱더 의지 삼고 피어 헝클어진 인정의 꽃밭에서 너와 나의 애틋한 연분도 한망울 연연한 진홍빛 양귀비꽃인지도 모른다.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 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너에게 편지를 쓰나니 그리운 이여 그러면 안녕! 설령 이것이 이 세상 마지막 인사가 될지라도 사랑하였으므로 나는 진정 행복하였네라 유치환 시인 프로필 1908년 경상남도 거제 출생 1931년 문예월간 시 '정적' 등단 시집 '청마시초' 외 청마시초 저자 유치환 출판 열린책들 발매 2023.03
절반만 말해진 거짓, 신용목

절반만 말해진 거짓, 신용목

절반만 말해진 거짓, 신용목 lycan, 출처 Unsplash 이제 놀라지 않는다 새가 실수로 하늘의 푸른 살을 찢고 들어간다 해도 그것은 나무들의 짓이라고 오래전 내가 청춘의 주인인 슬픔에게 빌린 손으로 연못에 돌을 던졌던 것처럼 공원 새들을 모조리 내던지는 나무들, 서서 잠든 물의 무덤들 저녁의 시체들 가을이 새의 울음을 짜내 신의 예언을 죄다 붉게 칠했으므로 이제 집으로 돌아가자 그날, 마지막으로 던졌던 반지의 금빛 테를 가진 달빛조차도 손목을 그은 청춘의 얼굴로 늙어가니 집으로 돌아가 최대한 따뜻한 밥을 하고 뭇국을 끓여 상을 차리고 마음을 지우고 나면, 남는 자신을 앉히고 눈에서부터 긴 눈물의 심을 빼내기라도 한다면 구겨진 옷가지처럼 풀썩 쓰러질 자신을 향해 밥그릇 속에서 달그락거리는 수저 소리로, 걸어가거나 형광등 빛을 펴 감싸주며 아니면, 집으로 돌아가 온몸 뜨거운 물에 흠씬 적신 뒤 뿌옇게 김 서린 거울을 훔치며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 나는 네 몸이 아프다 네가 내 몸
나는 바퀴를 보면 굴리고 싶어진다, 황동규

나는 바퀴를 보면 굴리고 싶어진다, 황동규

나는 바퀴를 보면 굴리고 싶어진다, 황동규 cartega, 출처 Unsplash 나는 바퀴를 보면 굴리고 싶어진다. 자전거 유모차 리어카의 바퀴 마차의 바퀴 굴러가는 바퀴도 굴리고 싶어진다. 가쁜 언덕길을 오를 때 자동차 바퀴도 굴리고 싶어진다. 길 속에 모든 것이 안 보이고 보인다. 망가뜨리고 싶은 어린 날도 안 보이고 보이고, 서로 다른 새떼 지저귀던 앞뒤 숲이 보이고 안보인다. 숨찬 공화국이 안 보이고 보인다. 굴리고 싶어진다. 노점에 쌓여있는 귤, 옹기종기 엎어져 있는 항아리, 동그랗게 누워있는 사람들, 모든 것 떨어지기 전 한번 날으는 길 위로. 황동규 시인 프로필 1938년 평안남도 숙천 출생 1958년 현대문학 시 '시월'로 등단 시집 '나는 바퀴를 보면 굴리고 싶어진다' 외 나는 바퀴를 보면 굴리고 싶어진다 저자 황동규 출판 문학과지성사 발매 1978.09.01.
꿈속에서

꿈속에서

꿈속에서 / 하기 photo_tanbir, 출처 Unsplash 오늘도 잠 속 깊은 꿈에 빠져있는 나 그곳에서 나도 몰랐던 나를 만나게 된다 나를 아는 듯 모르는 나 그동안 날 잘 아는 줄 알았던 나 꿈속에선 그것이 모두 착각인 것을 깨닫는다 깨어나 빠져나가고 싶지만 뻘에 다리가 잠기듯 점점 더 빠진다 진정한 나를 아는 날이 오는 날 꿈 밖으로 나갈 수 있다
내 슬픔은 고양이 자세 / 이미영

내 슬픔은 고양이 자세 / 이미영

내 슬픔은 고양이 자세 / 이미영 magict1911, 출처 Unsplash 늑골을 말아 쥐고 숨을 뱉습니다 잔뜩 동글린 등이 안쪽의 급소를 감춥니다 비만은 빠르고 다이어트는 멉니다 사람들은 자꾸 내 인생이 휘었다고 말합니다 치사량의 기대감을 수혈하듯 슬픔을 폭식했습니다 나는 왜 쉽게 슬픔을 허락했을까요 하루에 세 알씩 두통약과 수면제와 우울증 치료제를 복용해야 견딜 수 있습니다 아직 갈라진 벽 틈에 숨어있는 몇 인분의 눈빛이 남아있으니까요 들숨보다 날숨이 더 중요한 거라고 모니터 속 날씬한 여자가 말을 하네요 나도 앙큼한 고양이가 될 수 있어 떠난 남자에게도 발톱을 세울 수 있어 릴랙스의 최면이 필요한 밤입니다 몇 번을 다시 봐도 거울 밖에서 본 고양이 자세는 서글픕니다 문득 눈동자에 블랙홀이 생길까 봐 두려워서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엄마는 늘 전화기 밖에 있습니다 제발 그 누구도 주사위를 던지거나 거울속을 엿보지 말라고 전해주세요 어둠 속 이명은 걸핏하면 복식호흡을 하며
다시 월정리에서, 유재영

다시 월정리에서, 유재영

다시 월정리에서, 유재영 rawkkim, 출처 Unsplash 정강이 말간 곤충 은실 짜듯 울고 있는 등 굽은 언덕 아래 추녀 낮은 집이 한채 나뭇잎 지는 소리가 작은 창을 가리고 갈대꽃 하얀 바람 목이 쉬는 저문 강을 집 나간 소식들이 말없이 건너온다 내 생애 깊은 적막도 모로 눕는 월정리 유재영 시인 프로필 1948년 충청남도 천안 출생 1973년 박목월 시인 시 추천 이태극 시조시인 시조 추천으로 데뷔 시집 '구름농사' 외 구름 농사 저자 유재영 출판 동학사 발매 2022.08.10.
럭키슈퍼, 고선경

럭키슈퍼, 고선경

럭키슈퍼, 고선경 mumairkhaan, 출처 Unsplash 농담은 껍질째 먹는 과일입니다 전봇대 아래 버려진 홍시를 까마귀가 쪼아 먹네요 나는 럭키슈퍼 평상에 앉아 풍선껌 씹으면서 나뭇가지에 맺힌 열매를 세어 보는데요 원래 낙과가 맛있습니다 사과 한 알에도 세계가 있겠지요 풍선껌을 세계만큼 크게 불어 봅니다 그러다 터지면 서둘러 입속에 훔쳐 넣습니다 세계의 단물이 거의 다 빠졌어요 슈퍼 사장님 딸은 중학교 동창이고 서울에서 대기업에 다닙니다 대기업 맛은 저도 좀 아는데요 우리 집도 그 회사가 만든 감미료를 씁니다 대기업은 농담 맛을 좀 압니까? 농담은 슈퍼에서도 팔지 않습니다 여름이 다시 오면 자두를 먹고 자두 씨를 심을 거예요 나는 껍질째 삼키는 게 좋거든요 그래도 다 소화되거든요 미래는 헐렁한 양말처럼 자주 벗겨지지만 맨발이면 어떻습니까? 매일 걷는 골목을 걸어도 여행자가 된 기분인데요 아차차 빨리 집에 가고 싶어지는데요 바람이 불고 머리 위에서 열매가 쏟아집니다 이게 다
우리가 오르는 언덕(The Hill We Climb),  어맨다 고먼(Amanda Gorman)

우리가 오르는 언덕(The Hill We Climb), 어맨다 고먼(Amanda Gorman)

우리가 오르는 언덕, 어맨다 고먼 wsanter, 출처 Unsplash “날이 밝아오면 우리는 자문한다. 끝없이 드리워진 이 어둠 어디에서 빛을 찾을 수 있을까? 우리에게 짊 지어진 상실 어디에서, 우리가 헤쳐 나가야 할 바다 어디에서? 우리는 야수의 탐욕에 용감히 맞섰다. 침묵이 항상 평화가 아님을 배웠다. 그리고 있는 그대로의 현실 자체의 규범과 개념이 항상 정의가 아님도 터득했다. 하지만 새벽은 우리의 것이고 이를 알아차리기 전에 어떻게든 우리는 견뎌냈다. 어떻게든 우리는 지켜냈고 또 증언하게 되었다. 부서져 망가지지 않는 국가, 다만 미완일 뿐인 국가를. 우리들 미국인은 한 나라와 한 시대의 계승자들이다. 야윈 한 흑인 소녀가 노예의 후손인데다가 홀어머니에 의해 양육된 한 흑인 소녀가 대통령이 되는 꿈을 꿀 수 있게 된 나라와 시대의, 어쩌다 그 흑인 소녀가 한 분의 대통령을 위해 시를 낭송하는 자리에 서게 된 바로 그 나라와 그 시대의 계승자들이다. 또한 그렇다. 우리들은
동백잎에 빛나는 마음 - 김영랑

동백잎에 빛나는 마음 - 김영랑

동백잎에 빛나는 마음 - 김영랑 micheile, 출처 Unsplash 내마음 어딘듯 한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돋쳐 오르는 아침날빛이 빤질한 은결을 돋우네 가슴엔 듯 눈엔 듯 또 핏줄엔 듯 마음이 도른도른 숨어잇는 곳 내마음의 어딘듯 한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김영랑 시인 프로필 1903년 전라남도 강진 출생 1930년 시문학 동인 시 '동백잎에 빛나는 마음' 데뷔 시집 '영랑시집' 영랑 시집 저자 김영랑 출판 열린책들 발매 2023.03.25.
불안한 상속 / 조창규

불안한 상속 / 조창규

불안한 상속 / 조창규 kiwithompson, 출처 Unsplash 초승달은 지구의 공전이 깎아 놓은 손톱 할아버지는 매해 굴속에서 자식들을 낳았다 그의 핏줄을 따라 가계의 불행은 대물림되었다 갑상선암이나 탈모 같은 불안한 의혹들이 쑥쑥, 나의 안쪽에서 자란다 볼록한 허물은 누군가 잠시 머물다간 집 나는 긴 장화 속에 새알을 숨기고 입구를 나뭇가지로 덮어 놓는다 알 속에 구겨진 부리는 바깥을 여는 열쇠 아비의 출신은 자식에겐 신분증이었다 지구에도 이상한 상속이 있다 붉은 사막에 내리는 하얀 폭설 代가 끊기지 않는 지진, 전쟁 떠도는 계절의 종자들은 어느 기후의 혈통을 잇고 있다 아프리카의 겨울이 추울까, 시베리아의 여름이 더울까 나는 지구의 공전 방향과 반대로 도는 사람 죽은 할아버지는 내게 땅꾼인 아버지를 물려주었다 부어오른 목에서 부화한 새의 울음 1월에 낙엽이 지는 적도의 나무들 깨진 유리창을 X자 청테이프가 붙들고 있는데, 알 껍질만 버려져 있는 불안한 그늘 삐-익, 나는
김소월, 진달래꽃

김소월, 진달래꽃

김소월, 진달래꽃 markpisto, 출처 Unsplash 나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드리오리다 영변에 약산 진달래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오리다 가시는 걸음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밟고 가시옵소서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오리다 마야 진달래꽃 Live 2004.03.28 마야 진달래꽃 라이브 2004.03.28 www.youtube.com 김소월 시인 프로필 1902년 평안북도 구성 출생 1920년 시 '낭인의 봄' 으로 데뷔 시집 '진달래꽃' 진달래꽃 저자 김소월 출판 열린책들 발매 2023.03.25.
서정주, 푸르른 날

서정주, 푸르른 날

서정주, 푸르른 날 tolga__, 출처 Unsplash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 저기 저기 저, 가을 꽃 자리 초록이 지쳐 단풍 드는데 눈이 나리면 어이 하리야 봄이 또 오면 어이 하리야 내가 죽고서 네가 산다면! 네가 죽고서 내가 산다면?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 서정주 시인 프로필 1915년 전라북도 고창 출생 1936년 동아일보 '벽' 등단 시집 '화사집' 외 화사집 저자 서정주 출판 은행나무 발매 2019.06.20.
세월이 가면, 박인환

세월이 가면, 박인환

세월이 가면, 박인환 marcospradobr, 출처 Unsplash 지금 그 사람의 이름은 잊었지만 그의 눈동자 입술은 내 가슴에 있어 바람이 불고 비가 올 때도 나는 저 유리창 밖 가로등 그늘의 밤을 잊지 못하지 사랑은 가고 과거는 남는 것 여름날의 호숫가 가을의 공원 그 벤치 위에 나뭇잎은 떨어지고 나뭇잎은 흙이 되고 나뭇잎에 덮여서 우리들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그의 눈동자 입술은 내 가슴에 있어 내 서늘한 가슴에 있건만.. 박인환 시인 프로필 1926년 강원도 인제 출생 1946년 국제신보 시 '거리'로 데뷔 시집 '세월이 가면' 외 세월이 가면 저자 박인환 출판 와이앤엠 발매 2021.05.25.
식탁 위의 전쟁

식탁 위의 전쟁

식탁 위의 전쟁 / 하기 danielcgold, 출처 Unsplash 한없이 굴러가는 눈들 쉼없이 움직이는 손들 너도 나도 할 것 없이 벌이는 전투 눈은 굴러가며 눈치를 살피지만 손은 대담하게 앞으로 나아가지 눈에 더 이상 보이지 않아야 손은 목적을 이룬 듯 느려지지 나를 채워야만 보여지는 것들 그러나 보여지는 건 텅 빈 시선들 쓸쓸하게 남겨진 고기 한 점 그제야 끝나는 이기적인 전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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